코로나가 쏘아올린 작은 공 - 화상수업
나는 대학생이다. 4월이면 한창 학교를 다니며 동기, 선후배들과 어울리는 시기다. 그러나 이번 봄은 달랐다. 역시 코로나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은 사람들의 일상은 물론 일생도 바꾸어 놓았다. 내 주변의 누군가는 여름에 몽골여행을 계획했고, 누군가는 해외 인턴쉽이 예정되어 있었다. 또 누군가는 학교 앞 쪽방에 자취를 시작했다. 이들 모두는 코로나로 인해 단기적인 계획들을 잃거나, 수정해야만 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학교처럼 내가 다니는 학교도 수업이 온라인 화상수업으로 대체되었다. 이에 따라, 팀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야 하는 조별과제 수업도 화상으로 진행되었다.
화상수업으로 대체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대화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 아무리 현대기술이 발전하고 양방향 화상통화 품질이 좋아져도, 바로 앞에서 상대방의 호흡과 숨소리까지 듣는 것 보다는 못했다. 회의 중 자꾸 응? 어? 뭐? 되묻는 일이 잦았다. 와이파이문제일수도, 핸드폰의 문제일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전보다 답답한 건 사실이다.
내 전공의 특성 상 도면을 가지고 작업하는 일이 잦다. 도면 위의 특정 부분을 지칭할 때 손가락으로 한번 가리키면 될 것을 열 마디, 스무 마디 설명하는 건 속이 터지는 일이였다. 원래는 그냥 ‘여기.’ 한번이면 끝나는 일이였지만, 화상 회의에서는 ‘그... 북서쪽에 테니스장 입구 옆에 있는 거기 보도블럭 보여?? 아니 아니, 거기 말고 있잖아 그 분홍색 철쭉 옆에 있는 거기, 어 거기...’와 같았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설명하는 기술이 늘었다는 거? 정도다.
장점도 많다.
먼저, 직접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답답하다는 단점을 갖지만 편리하다는 장점도 가진다. 캠으로 진행되는 화상회의기 때문에 수업 시작 5분전에 일어나서 대충 머리를 빗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아무리 학교 가까이 자취했던 사람들도 지금처럼 빨리 강의실에 들어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의복이 자유로워진다. 3차원 세계에 사는 우리와 다르게 캠의 촬영범위는 제한적인 2차원세상이다. 캠 바깥의 부분은 강의실 바깥의 부분이라는 것이다.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수업을 들어도, 교수님과 다른 학생들은 알 길이 없다. 어디까지나 내 상체만 강의실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녹화영상인 경우에는 마치 신처럼, 시간의 밀도도 조절할 수 있다. 듣기 싫을 때는 멈출 수도 있고, 이해가 안될때는 다시들을 수도 있고, 빨리 듣고 싶을 때는 빨리 들을 수 도 있다.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 필요가 없다. 멈춰놓고 자면 된다. 이건 정말 모든 학생들이 양팔들고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만 역시, 삭막함을 부정하긴 힘들다. 대학교라는 공간은 단순히 공부만을 하는 곳은 아니다. 학교는 학습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학교에서는 학습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교류경험을 쌓는 곳이다. 사람들과 부대끼고, 갈등을 겪고, 해결해 나가며 인간은 사회라는 공동체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처신해야할지 배운다. 내가 느낀 온라인 수업은 단지 일방적인 정보전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칭했다. 인간은 늘 함께 살아왔고, 혼자 존재하는 인간은 살아남지 못했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수인을 맺고, 눈을 맞추고, 가벼운 손길을 나누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점차 미래에는 대면보다 화상 수업이나 회의가 늘어날 것이다. 미래의 우리는 더 이상 비대면 수업을 거북해하고 생소해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뒤처지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대면이 없어진 교육은 조금 쓸쓸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 예전의 삶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다. 마스크를 깜빡했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마스크를 안 낀 사람을 괜히 흘겨보는 일이 없어졌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화상회의가 아닌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인간적인 교육이 다시 부활하는 날이 어서 왔으면 한다.
2020.4.19. 오후 11시 46분 학교 앞 자취방에서 끄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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