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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기록부11

토막글 백업 04 #나 때는 더 힘들었어다들 그렇게 살아, 모두 다 힘들어, 나 때는 더 힘들었어, 우리는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주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위로를 해주고 싶었을 텐데 왜.네 힘듦은 별게 아니야, 그러니까 힘들어하지마. 힘들어 하지마. 네 힘듦은 별 것도 아니야. 순서가 무엇이든 저 말은 힘든 사람에게 늘 잔인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저 아픈 말로 아픈 사람의 위로를 하려 할까. 원 의도는 그게 아닌거라 믿고 싶다.내가 생각하는 본래 저 말의 취지는, 야 너만 힘든거 아니야. 우리 다 힘들어 봤어. 심지어 나 때는 더 힘들었어. 그러니까, 다들 네 맘 알아. 이해 못하는 힘듦이 아니야. 가 기원이지 않았을까..? 라는 낙관적 망상을 곁들인다. 사실은 그저 너 맘 알아, 라고 말하기 위한 단초, 혹은 근.. 2025. 6. 4.
골짜기 사람과 사람은 서로를 끝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어렴풋이 믿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절대로 메울 수 없는 골이 있다. 시간이 해결하지 못하고, 노력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그런 증오 말이다. 세상에는 결단코 용서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영원히 메워지지 않는 골짜기가 있다. 골짜기가 있는 한, 그 두 사람은 절대 가까워질 수 없다. 그런데 굳이 가까워 질 필요가, 사실 있을까. 깊게 파인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도, 사람은 서로 대화할 수 있다. 서로에게 그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용서하지 않아도 되고,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오직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라면, 그저 조금 크게 소리치면 된다. 골짜기 너머로. 그럼에도 아마 바뀌는 건 없을거다. 골짜기는 여전히 거기에 있을거다.. 2025. 6. 2.
도덕 칭찬을 받았다. 나는 무척 좋았지만, 겸손했다. 도덕적 정당성은 강력한 호소력과 명분을 지니니까, 여기서의 겸양은 나를 도덕으로 도금시켜 줄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던 거 같다. 한참을 겸손하다 보니 칭찬의 발원지가 나한테 묻는다. 왜 온전히 즐기지 못하냐고. 무의식적으로 그게 선한 거라서, 선한 건 도덕적인거라서, 라고 말하려다 문득 멈칫한다. 도덕은 뭘까. 도덕은 선함을 정의하는 규칙이자 관념이고, 사회적 합의다.  그런데 니체에 따르면, 현재의 도덕은 노예의 도덕이라고 한다. 노예였던 유대인들이 지녔던, 아니 지닐 수 밖에 없었던 순종, 겸양, 희생, 절제라는 특성을 기독교와 버무려 '선'으로 탈바꿈 시킨 것, 그것이 노예의 도덕이다. 이렇게 가치 전도된 도덕들은 지금까지도 선으로 여겨진다.   이 특.. 2025. 2. 7.
토막글 백업 03 # 선악악은 이토록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걷는데 어째서 선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스스로 끊임없이 고뇌하고 시험대에 오르는 자만이 선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자신의 길에 한 치의 의심이 없는 자들을 악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 각오마지막에 웃는 놈이 이기는 놈이라고 한다. 근데 난 그렇게 안살거다. 난 자주 웃는 놈이 될거다. 지금 안 웃어본 사람은, 마지막에 가서도 못 웃을지도 모른다. 웃어본 적이 있어야 웃지.  삶은 어디에서나 투쟁이다. 여기만 벗어나면, 이것만 지나면, 그런 건 없다. 우리는 끊임 없이 달려야 하기에, 틈틈이, 악착같이 웃으면서 살거다. # 체력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내가 다정하기로 결심한 날은, 돌이켜 보니 컨디션이 좋은 날이었다.  술 마신 친구를 데리러 가기로 결.. 2025. 2. 2.
토막글 백업 02 #위로위로는 별 위로가 안된다. 뭐 기적적인 마법 주문이 있어서 그 말만 들으면 막 위로가 되고 하루가 편해지고 나날이 즐거워지는? 그런 건 없다. 그냥 그거라도 없으면 더 힘드니까 하는 게 위로다. 삶은 주로 힘들고 외롭고 아프고 고통스럽다. 그러니까 우린 사실 살려고 행복하는 거다. 매일 아프고 힘드니까, 그나마 조금 덜 아프려고. 덜 힘드려고. 다들 필사적으로 산다. 필사적으로 살다 보면 다만 죽고 싶어 진다. 죽고 싶어서, 죽지 않을 정도로 재미를 찾는다. 찾을 수밖에 없다. 힘들었고, 내일도 또 힘들 테지만, 일이 끝나고 잠깐 술 마시고, 노래하고, 떠들고 노는 지금 찰나는, 그래도 인생이 조금 재밌다. 그건 너무 좁쌀만 한 행복이지만, 그거면 안 죽고 겨우겨우 살아 낸다. 삶은 죽도록 힘들지만.. 2024. 10. 18.
사람과 술을 먹는 건 재밌다. 술은 몸을 데우고, 마음을 연다. 덥혀진 몸과 무방비의 마음은 누구와도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한다. 한가지 단점은 언젠간 술자리는 끝난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항상성을 지닌다. 제 자리로 돌아오고자 하는 성질이다. 추우면 몸을 떨어 열을 내고 더우면 땀을 흘려 몸을 식힌다. 감정도 신체이므로, 항상성은 적용된다. 슬플 때면 즐거움을 야기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한바탕 울면 개운해지는게 이 때문이다. 반대로, 즐거울 때면 몸은 곧 진정 호르몬을 내뿜어 과도한 감정의 발산을 억제한다. 술은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몸은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와중에 술자리는 끝이 난다. 갑작스레 고독을 마주한 지친 몸이 천연 진정제까지 투여받으면, 마음은 바닥.. 2024. 10. 6.
토막글 백업 01 핸드폰 교체를 맞이해, 자잘자잘 써 놨던 토막글들을 백업해 본다. 글 간 관련도는 0에 수렴한다.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 냉소냉소는 유치하지 않지만, 냉소하며 사는 사람은 유치하다. 정론은 유치하지만, 정론으로 사는 사람은 안유치하다. 진지함이 조롱받는 시대에 산다. 감성과 낭만에 충이 붙는 사회다. 한편 안타깝다가도, 냉소와 실리에 움직이는 사람이 나라는 걸 문득 깨닫는다. 즐겁고 위트 있는 사람들은 득세한다. 진지하고 재미없는 사람들은 늘 열세다. 사실 둘 다 잘하고 싶다. 정론으로 살되 냉소로 포장할 줄 알고 싶다. 유치하지 않은 것을, 유치하지 않게 풀어낼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 군중책임 없는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는 폭력이자 쾌락이다. # 매핑 이슈삶이란 꿈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 한들.. 2024. 10. 5.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받은 책 추천에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사 읽는다. 내가 생각나는 책이라는 말을 듣고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과학 전문 기자였던 저자는 상실에 오래도록 몸부림친 사람이었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그녀는 열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필시적으로 엿본다. 작 중 등장하는 분류학자, 데이비드는 그녀에게 있어 스스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끊임없이 오만을 삼키며 나아가는 사람으로 비추어진다. 애석하게도, 데이비드의 분류에 대한 열정은 끝내 우수한 형질의 인간이 있음을 인정하고, 종 전체의 개량을 위해 우수 개체들을 선별 및 개량해야 한다는 이념, 우생학으로 전락한다. 아리아인이 최고야! 를 외친 독일의 어느 독재자처럼 말이다.분류학이란 각 생명체들 사이에 선을 긋고, 인덱스를 붙이는 것이다. 평생도.. 2024. 10. 5.
신은 존재하는가? 모처럼 재밌는 글을 읽어 답글을 써보기로 했다. 신은 존재하는가? 존재는 어떻게 검증하는가? 신을 인간의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는가? 존재하지 않아도 의미가 있는가? 다양한 꼬리 질문들이 나오는 글이었지만, 나는 신과 신학, 그리고 믿음의 목적에 집중해보고자 한다.참고한 글은 해당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m.blog.naver.com/jiwon252177/223440650831  신의 존재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믿는 자에겐 존재한다. 이는 신학의 언어라기 보다는, 관념론적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마치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지폐’가 현대 사회에서 ‘가치’를 지니는 것 처럼 말이다. 이처럼 다수가 동일한 것을 믿기로 동의한다면, 그것은 존재한다. 신의 존재도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2024.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