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기록부7 토막글 백업 02 #위로위로는 별 위로가 안된다. 뭐 기적적인 마법 주문이 있어서 그 말만 들으면 막 위로가 되고 하루가 편해지고 나날이 즐거워지는? 그런 건 없다. 그냥 그거라도 없으면 더 힘드니까 하는 게 위로다. 삶은 주로 힘들고 외롭고 아프고 고통스럽다. 그러니까 우린 사실 살려고 행복하는 거다. 매일 아프고 힘드니까, 그나마 조금 덜 아프려고. 덜 힘드려고. 다들 필사적으로 산다. 필사적으로 살다 보면 다만 죽고 싶어 진다. 죽고 싶어서, 죽지 않을 정도로 재미를 찾는다. 찾을 수밖에 없다. 힘들었고, 내일도 또 힘들 테지만, 일이 끝나고 잠깐 술 마시고, 노래하고, 떠들고 노는 지금 찰나는, 그래도 인생이 조금 재밌다. 그건 너무 좁쌀만 한 행복이지만, 그거면 안 죽고 겨우겨우 살아 낸다. 삶은 죽도록 힘들지만.. 2024. 10. 18. 술 사람과 술을 먹는 건 재밌다. 술은 몸을 데우고, 마음을 연다. 덥혀진 몸과 무방비의 마음은 누구와도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한다. 한가지 단점은 언젠간 술자리는 끝난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항상성을 지닌다. 제 자리로 돌아오고자 하는 성질이다. 추우면 몸을 떨어 열을 내고 더우면 땀을 흘려 몸을 식힌다. 감정도 신체이므로, 항상성은 적용된다. 슬플 때면 즐거움을 야기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한바탕 울면 개운해지는게 이 때문이다. 반대로, 즐거울 때면 몸은 곧 진정 호르몬을 내뿜어 과도한 감정의 발산을 억제한다. 술은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몸은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와중에 술자리는 끝이 난다. 갑작스레 고독을 마주한 지친 몸이 천연 진정제까지 투여받으면, 마음은 바닥.. 2024. 10. 6. 토막글 백업 01 핸드폰 교체를 맞이해, 자잘자잘 써 놨던 토막글들을 백업해 본다. 글 간 관련도는 0에 수렴한다.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 냉소냉소는 유치하지 않지만, 냉소하며 사는 사람은 유치하다. 정론은 유치하지만, 정론으로 사는 사람은 안유치하다. 진지함이 조롱받는 시대에 산다. 감성과 낭만에 충이 붙는 사회다. 한편 안타깝다가도, 냉소와 실리에 움직이는 사람이 나라는 걸 문득 깨닫는다. 즐겁고 위트 있는 사람들은 득세한다. 진지하고 재미없는 사람들은 늘 열세다. 사실 둘 다 잘하고 싶다. 정론으로 살되 냉소로 포장할 줄 알고 싶다. 유치하지 않은 것을, 유치하지 않게 풀어낼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 군중책임 없는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는 폭력이자 쾌락이다. # 매핑 이슈삶이란 꿈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 한들.. 2024. 10. 5.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받은 책 추천에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사 읽는다. 내가 생각나는 책이라는 말을 듣고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과학 전문 기자였던 저자는 상실에 오래도록 몸부림친 사람이었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그녀는 열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필시적으로 엿본다. 작 중 등장하는 분류학자, 데이비드는 그녀에게 있어 스스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끊임없이 오만을 삼키며 나아가는 사람으로 비추어진다. 애석하게도, 데이비드의 분류에 대한 열정은 끝내 우수한 형질의 인간이 있음을 인정하고, 종 전체의 개량을 위해 우수 개체들을 선별 및 개량해야 한다는 이념, 우생학으로 전락한다. 아리아인이 최고야! 를 외친 독일의 어느 독재자처럼 말이다.분류학이란 각 생명체들 사이에 선을 긋고, 인덱스를 붙이는 것이다. 평생도.. 2024. 10. 5. 신은 존재하는가? 모처럼 재밌는 글을 읽어 답글을 써보기로 했다. 신은 존재하는가? 존재는 어떻게 검증하는가? 신을 인간의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는가? 존재하지 않아도 의미가 있는가? 다양한 꼬리 질문들이 나오는 글이었지만, 나는 신과 신학, 그리고 믿음의 목적에 집중해보고자 한다.참고한 글은 해당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m.blog.naver.com/jiwon252177/223440650831 신의 존재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믿는 자에겐 존재한다. 이는 신학의 언어라기 보다는, 관념론적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마치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지폐’가 현대 사회에서 ‘가치’를 지니는 것 처럼 말이다. 이처럼 다수가 동일한 것을 믿기로 동의한다면, 그것은 존재한다. 신의 존재도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2024. 5. 19. 문자는 필요한가? 인류의 발전은 문자와 함께 크게 도약했다. 최초 모습과 행위를 본뜬 ‘상형’의 문자부터 현대 대부분의 소리와 의미를 표현하는 표음, 표의 문자까지, 문자는 늘 변화할지언정 우리 곁을 지켜 왔다. 문자는 인간의 정보 저장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렸고, 이는 지식의 전수와 사람들 간의 소통의 혁명으로 이어진다. 문자가 없는 인류 사회는 가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말에서 말로 이야기와 지식을 옮기던 구술 문화에서 글로서 소통하는 문자 문화로, 패러다임이 변한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며, 현대 인류는 한 가지 의문에 다다른다. 문자가 계속 필요한 것인가?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불리는 알파세대들은 더 이상 문자로 지식과 이야기를 이해하지 않는다. 그들은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책보단, 영상과 숏폼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2024. 3. 5.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좋아하는 유튜버가 있다. 희렌 최라는. 방송국 라디오 pd 출신으로 유튜브에서 사람들에게 소통에 대한 강의를 올리는 사람이다. 라디오 dj 일도 잠시 해서 그런지, 목소리와 말에 기품이 깃들어 있다. 사람을 매료시키는 목소리와 더불어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은 영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저 사람처럼 우아하고 깊게 말하고, 사람들을 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다. 어느 날 그는 하나의 영상을 올렸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영상이었다. 김연수 작가라고, 꽤 유명하다고 하지만 문학에 문외한인 나로선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었다. 궁금해졌다. 내가 동경하는 사람이 동경하는 사람이라니, 아득히 멀고 높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늘 위의 하늘을 맞이한 나는 홀린 듯 그의 대표작을 빌렸다. 이 책과는 .. 2021. 7.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