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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거구귀(巨口鬼) https://bookk.co.kr/bookStore/6824c4f25c896965bf9cef6a 거구귀(巨口鬼) - 박지원“서진아, 잠시만 기다려줘. 그 아이가 여기에 있을 것 같아.” 3년 전, 이 메시지를 끝으로 약혼녀 한예린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시체...bookk.co.kr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거구귀라는 한국 장편소설을 읽은 후기다.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시길. 거구귀는 한국 전통 괴수로, 이름 그대로 동굴처럼 큰 입을 가진, 모든 걸 빨아들이는 괴물이다. 주인공 서진은 몇 년 전 실종된 약혼녀 예린을 찾기 위해 미지의 동굴로 들어간다. 그 동굴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작품 전반에서 다루는 주제는, 개인적으로 시스템의 형성과 몰락에 대한 이야기 .. 2025. 12. 9.
AI에게 감정을?: 일리야 수츠케버 팟캐스트 리뷰 (상) 인공지능을 연구 개발하는 사람이라면, 또는 기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유대계 캐나다인 컴퓨터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의 인터뷰가 오랜만에 떴길래 부랴부랴 시청했다. 생소한 사람들을 위해 잠시 설명하자면, 일리야는 OpenAI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이며 수석 과학자를 역임했었고, 현재 초인공지능(Super intelligence) 연구 기업 SSI의 CEO이다. 그 유명한 AlexNet의 공동 개발자이며 Tensorflow와 알파고 개발을 Google에서 진두지휘했으며, OpenAI에서 ChatGPT와 GPT-4를 개발한 전무후무한, 인공지능 연구하는 사람 중 가장 직관이 좋다 평가받는, 명실상부 대가 급의 연구자다. https://www.youtube.com/watch?v=L3OvFc.. 2025. 12. 9.
토막글 백업 05 연말을 맞아 쌓인 토막글을 정리한다. 돌이켜 보면 나의 총체가 연초에 비해 무엇이 나이 진지 잘 모르겠다. 다만 뒤처지지 않았고,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올해도 잘 살아남았다. 그러므로 훌륭한 한 해였다. #타인타인은 그저 대놓고 나를 해하려 들지만 않으면 된다. 그 이상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행간언제나 행간은 문장보다 넓다. - 소설 전지적 독자시점 中 #완성/나태주집에 밥이 있어도 나는아내 없으면 밥 안 먹는 사람내가 데려다 주지 않으면 아내는서울 딸네 집에도 못 가는 사람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면서반편이 인간으로 완성되고 말았다. #개연성삶은 이야기가 아니라서, 마땅한 개연성이 없다. -소설 전지적 독자시점 中 #성공으로의 도피생각보다 행복하기가 쉽지 않다. 목표를 이루려고 애쓰는 것만큼이나 .. 2025. 12. 9.
토막글 백업 04 #나 때는 더 힘들었어다들 그렇게 살아, 모두 다 힘들어, 나 때는 더 힘들었어, 우리는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주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위로를 해주고 싶었을 텐데 왜.네 힘듦은 별게 아니야, 그러니까 힘들어하지마. 힘들어 하지마. 네 힘듦은 별 것도 아니야. 순서가 무엇이든 저 말은 힘든 사람에게 늘 잔인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저 아픈 말로 아픈 사람의 위로를 하려 할까. 원 의도는 그게 아닌거라 믿고 싶다.내가 생각하는 본래 저 말의 취지는, 야 너만 힘든거 아니야. 우리 다 힘들어 봤어. 심지어 나 때는 더 힘들었어. 그러니까, 다들 네 맘 알아. 이해 못하는 힘듦이 아니야. 가 기원이지 않았을까..? 라는 낙관적 망상을 곁들인다. 사실은 그저 너 맘 알아, 라고 말하기 위한 단초, 혹은 근.. 2025. 6. 4.
골짜기 사람과 사람은 서로를 끝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어렴풋이 믿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절대로 메울 수 없는 골이 있다. 시간이 해결하지 못하고, 노력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그런 증오 말이다. 세상에는 결단코 용서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영원히 메워지지 않는 골짜기가 있다. 골짜기가 있는 한, 그 두 사람은 절대 가까워질 수 없다. 그런데 굳이 가까워 질 필요가, 사실 있을까. 깊게 파인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도, 사람은 서로 대화할 수 있다. 서로에게 그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용서하지 않아도 되고,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오직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라면, 그저 조금 크게 소리치면 된다. 골짜기 너머로. 그럼에도 아마 바뀌는 건 없을거다. 골짜기는 여전히 거기에 있을거다.. 2025. 6. 2.
도덕 칭찬을 받았다. 나는 무척 좋았지만, 겸손했다. 도덕적 정당성은 강력한 호소력과 명분을 지니니까, 여기서의 겸양은 나를 도덕으로 도금시켜 줄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던 거 같다. 한참을 겸손하다 보니 칭찬의 발원지가 나한테 묻는다. 왜 온전히 즐기지 못하냐고. 무의식적으로 그게 선한 거라서, 선한 건 도덕적인거라서, 라고 말하려다 문득 멈칫한다. 도덕은 뭘까. 도덕은 선함을 정의하는 규칙이자 관념이고, 사회적 합의다.  그런데 니체에 따르면, 현재의 도덕은 노예의 도덕이라고 한다. 노예였던 유대인들이 지녔던, 아니 지닐 수 밖에 없었던 순종, 겸양, 희생, 절제라는 특성을 기독교와 버무려 '선'으로 탈바꿈 시킨 것, 그것이 노예의 도덕이다. 이렇게 가치 전도된 도덕들은 지금까지도 선으로 여겨진다.   이 특.. 2025. 2. 7.
토막글 백업 03 # 선악악은 이토록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걷는데 어째서 선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스스로 끊임없이 고뇌하고 시험대에 오르는 자만이 선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자신의 길에 한 치의 의심이 없는 자들을 악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 각오마지막에 웃는 놈이 이기는 놈이라고 한다. 근데 난 그렇게 안살거다. 난 자주 웃는 놈이 될거다. 지금 안 웃어본 사람은, 마지막에 가서도 못 웃을지도 모른다. 웃어본 적이 있어야 웃지.  삶은 어디에서나 투쟁이다. 여기만 벗어나면, 이것만 지나면, 그런 건 없다. 우리는 끊임 없이 달려야 하기에, 틈틈이, 악착같이 웃으면서 살거다. # 체력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내가 다정하기로 결심한 날은, 돌이켜 보니 컨디션이 좋은 날이었다.  술 마신 친구를 데리러 가기로 결.. 2025. 2. 2.
토막글 백업 02 #위로위로는 별 위로가 안된다. 뭐 기적적인 마법 주문이 있어서 그 말만 들으면 막 위로가 되고 하루가 편해지고 나날이 즐거워지는? 그런 건 없다. 그냥 그거라도 없으면 더 힘드니까 하는 게 위로다. 삶은 주로 힘들고 외롭고 아프고 고통스럽다. 그러니까 우린 사실 살려고 행복하는 거다. 매일 아프고 힘드니까, 그나마 조금 덜 아프려고. 덜 힘드려고. 다들 필사적으로 산다. 필사적으로 살다 보면 다만 죽고 싶어 진다. 죽고 싶어서, 죽지 않을 정도로 재미를 찾는다. 찾을 수밖에 없다. 힘들었고, 내일도 또 힘들 테지만, 일이 끝나고 잠깐 술 마시고, 노래하고, 떠들고 노는 지금 찰나는, 그래도 인생이 조금 재밌다. 그건 너무 좁쌀만 한 행복이지만, 그거면 안 죽고 겨우겨우 살아 낸다. 삶은 죽도록 힘들지만.. 2024. 10. 18.
달리기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래도 3키로씩은 꾸준히 달렸는데, 아주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 졌다. 운동 신경이 크게 필요하지도, 장비가 특별히 필요하지도 않은 게 매력적이다. 하고싶다 라는 마음이 일면 5분 안에 시작할 수 있는 그 가벼운 접근성이 가벼운 시작을 야기한다. 물론 그 가벼운 시작이 늘 가볍게 끝나진 않더라. 달리기에 필요한 건 뭐 죽기야 하겠어, 라는 낙천 뿐이다. 한 시간 이상 뛸 때면 점점 아득해지는 느낌이 썩 나쁘지 않다. 다리는 맹목으로 움직이고 뇌는 산소가 부족해서인지 점점 생각을 멈춘다. 나중엔 아무 생각이 안난다는 생각조차 사라진다. 그때야 말로 정신이 사라지고, 내가 사라지고, 비로소 쉬는 기분이다. 존재가 사라지는 기분이 이렇게 달 줄이야. 어린 시절 이불과 의자로 아지트를 만들어 .. 2024.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