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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오키나와 2박3일 오키나와 솔로잉취준을 끝내고 인생 처음 혼자 여행을 왔다.이십대 초에 여행을 꽤 많이 다녔지만, 혼자는 없었다. 이참에 해봤다.준비하면서 백업(?) 없이 나혼자 결정하고 예매하는 모든 과정들이 편하면서도, 약간 긴장이 되었다. 처음 여행 갈 때의 느낌을 오랜만에 다시 느꼈다.사실 언젠가부터 여행이 천편일률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최근엔 흥미를 좀 잃었었다. 비행기 타고, 숙소 짐 풀고, 관광, 음식, 숙소, 술, 대화, 잠. 그게 뭔가, 즐겁긴 했지만 꼭 가고싶게 만드는 이유들은 아니었다. 혼자하는 여행은 달랐다.겪어본 적 없는 긴 침묵.여행은 심심했고, 같은 일도 더 긴장되고, 자유로웠다.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계획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분명 자유로운 일정이었지만 나는 계속 무언가를 하고싶어 했.. 2026. 6. 18.
2026 취준진행록 오늘은 2026년 4월 28일이다. 2026년 2월 20일에 백수선언식, 다른 말로 졸업식이라고 불리는 행사를 마치고 약 2달간 미친듯이 달렸다. 원서 쓰고, 역량검사 치고(잡다 망해라), 코테에(프로그래머스 망해라), AI 면접에(뷰인터 망해라) 발표 면접에, 오늘은 드디어 가장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인 회사의 최종 면접을 보고 왔다. 서울대생과, ISTs, 고대생, 3년 유관 경력자, 그리고 SCI 3편 투고한 괴물들과 함께하는 최종면접은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최종면접은 로열티 면접이였지만, 일반적인 인성 질문은 안나왔다. 가령, "갈등경험이 있나요?" 라던지, "본인의 장단점은 어떻게 되나요?" 라던지. 에잇 그런거만 한참 준비했는데... 오히려 직무 관련 질문인데, 회사 조사를 하지 않으면 .. 2026. 5. 28.
토막글 백업 06 #열정과 냉정무언가를 시작할 때 필요한 건 열정과 용기다. 하지만 무언가를 완성하는데 필요한 것은 냉정과 이성이다. #무심마음이 불편해서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싶었다.그래서 마음을 찾아봤다. 찾지 못했다. 마음은 어디에도 없었다.나는 어디에도 없는 걸 불편해 하고 있었다. #모른다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사람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 #바다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나는 아버지가 바다 같았다.아버지는 젖지 않았다. 않아 보였다. 아빠는 바다였다. 아빠는 잠겨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뭍으로 나온 아빠는 흠뻑 젖어 있었다. 그날 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여섯여섯살에 여섯살을 살지 못하면 언젠가 꼭 다시 그 나이를 살게 된다.​- 여세실, 주머니가 많은 옷 中 #눈물어떤 눈물은 너무.. 2026. 4. 19.
박지원, 거구귀(巨口鬼) https://bookk.co.kr/bookStore/6824c4f25c896965bf9cef6a 거구귀(巨口鬼) - 박지원“서진아, 잠시만 기다려줘. 그 아이가 여기에 있을 것 같아.” 3년 전, 이 메시지를 끝으로 약혼녀 한예린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시체...bookk.co.kr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거구귀라는 한국 장편소설을 읽은 후기다.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시길. 거구귀는 한국 전통 괴수로, 이름 그대로 동굴처럼 큰 입을 가진, 모든 걸 빨아들이는 괴물이다. 주인공 서진은 몇 년 전 실종된 약혼녀 예린을 찾기 위해 미지의 동굴로 들어간다. 그 동굴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작품 전반에서 다루는 주제는, 개인적으로 시스템의 형성과 몰락에 대한 이야기 .. 2025. 12. 9.
AI에게 감정을?: 일리야 수츠케버 팟캐스트 리뷰 (상) 인공지능을 연구 개발하는 사람이라면, 또는 기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유대계 캐나다인 컴퓨터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의 인터뷰가 오랜만에 떴길래 부랴부랴 시청했다. 생소한 사람들을 위해 잠시 설명하자면, 일리야는 OpenAI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이며 수석 과학자를 역임했었고, 현재 초인공지능(Super intelligence) 연구 기업 SSI의 CEO이다. 그 유명한 AlexNet의 공동 개발자이며 Tensorflow와 알파고 개발을 Google에서 진두지휘했으며, OpenAI에서 ChatGPT와 GPT-4를 개발한 전무후무한, 인공지능 연구하는 사람 중 가장 직관이 좋다 평가받는, 명실상부 대가 급의 연구자다. https://www.youtube.com/watch?v=L3OvFc.. 2025. 12. 9.
토막글 백업 05 연말을 맞아 쌓인 토막글을 정리한다. 돌이켜 보면 나의 총체가 연초에 비해 무엇이 나이 진지 잘 모르겠다. 다만 뒤처지지 않았고,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올해도 잘 살아남았다. 그러므로 훌륭한 한 해였다. #타인타인은 그저 대놓고 나를 해하려 들지만 않으면 된다. 그 이상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행간언제나 행간은 문장보다 넓다. - 소설 전지적 독자시점 中 #완성/나태주집에 밥이 있어도 나는아내 없으면 밥 안 먹는 사람내가 데려다 주지 않으면 아내는서울 딸네 집에도 못 가는 사람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면서반편이 인간으로 완성되고 말았다. #개연성삶은 이야기가 아니라서, 마땅한 개연성이 없다. -소설 전지적 독자시점 中 #성공으로의 도피생각보다 행복하기가 쉽지 않다. 목표를 이루려고 애쓰는 것만큼이나 .. 2025. 12. 9.
토막글 백업 04 #나 때는 더 힘들었어다들 그렇게 살아, 모두 다 힘들어, 나 때는 더 힘들었어, 우리는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주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위로를 해주고 싶었을 텐데 왜.네 힘듦은 별게 아니야, 그러니까 힘들어하지마. 힘들어 하지마. 네 힘듦은 별 것도 아니야. 순서가 무엇이든 저 말은 힘든 사람에게 늘 잔인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저 아픈 말로 아픈 사람의 위로를 하려 할까. 원 의도는 그게 아닌거라 믿고 싶다.내가 생각하는 본래 저 말의 취지는, 야 너만 힘든거 아니야. 우리 다 힘들어 봤어. 심지어 나 때는 더 힘들었어. 그러니까, 다들 네 맘 알아. 이해 못하는 힘듦이 아니야. 가 기원이지 않았을까..? 라는 낙관적 망상을 곁들인다. 사실은 그저 너 맘 알아, 라고 말하기 위한 단초, 혹은 근.. 2025. 6. 4.
골짜기 사람과 사람은 서로를 끝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어렴풋이 믿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절대로 메울 수 없는 골이 있다. 시간이 해결하지 못하고, 노력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그런 증오 말이다. 세상에는 결단코 용서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영원히 메워지지 않는 골짜기가 있다. 골짜기가 있는 한, 그 두 사람은 절대 가까워질 수 없다. 그런데 굳이 가까워 질 필요가, 사실 있을까. 깊게 파인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도, 사람은 서로 대화할 수 있다. 서로에게 그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용서하지 않아도 되고,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오직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라면, 그저 조금 크게 소리치면 된다. 골짜기 너머로. 그럼에도 아마 바뀌는 건 없을거다. 골짜기는 여전히 거기에 있을거다.. 2025. 6. 2.
도덕 칭찬을 받았다. 나는 무척 좋았지만, 겸손했다. 도덕적 정당성은 강력한 호소력과 명분을 지니니까, 여기서의 겸양은 나를 도덕으로 도금시켜 줄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던 거 같다. 한참을 겸손하다 보니 칭찬의 발원지가 나한테 묻는다. 왜 온전히 즐기지 못하냐고. 무의식적으로 그게 선한 거라서, 선한 건 도덕적인거라서, 라고 말하려다 문득 멈칫한다. 도덕은 뭘까. 도덕은 선함을 정의하는 규칙이자 관념이고, 사회적 합의다.  그런데 니체에 따르면, 현재의 도덕은 노예의 도덕이라고 한다. 노예였던 유대인들이 지녔던, 아니 지닐 수 밖에 없었던 순종, 겸양, 희생, 절제라는 특성을 기독교와 버무려 '선'으로 탈바꿈 시킨 것, 그것이 노예의 도덕이다. 이렇게 가치 전도된 도덕들은 지금까지도 선으로 여겨진다.   이 특.. 2025.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