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1 술 사람과 술을 먹는 건 재밌다. 술은 몸을 데우고, 마음을 연다. 덥혀진 몸과 무방비의 마음은 누구와도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한다. 한가지 단점은 언젠간 술자리는 끝난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항상성을 지닌다. 제 자리로 돌아오고자 하는 성질이다. 추우면 몸을 떨어 열을 내고 더우면 땀을 흘려 몸을 식힌다. 감정도 신체이므로, 항상성은 적용된다. 슬플 때면 즐거움을 야기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한바탕 울면 개운해지는게 이 때문이다. 반대로, 즐거울 때면 몸은 곧 진정 호르몬을 내뿜어 과도한 감정의 발산을 억제한다. 술은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몸은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와중에 술자리는 끝이 난다. 갑작스레 고독을 마주한 지친 몸이 천연 진정제까지 투여받으면, 마음은 바닥.. 2024. 10.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