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날, 운동을 하러 야외로 나갔다. 우리 아파트는 요새 한참 나무 다듬기에 여념이 없는데, 생각보다 가지를 많이 잘라 볼 때마다 안타까움이 들곤 했다.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던 중 팻말이 붙어있는 나무를 보았다. 산딸나무. 왠지 모르게 먹음직스러운 이름과는 다르게 우리 집 앞의 산딸나무는 가지가 다 잘려 헐벗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삭막한 광경이였다. 문득 산딸나무가 예수와의 이야기에도 잠시 등장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 헐벗은 나무, 산딸나무를 알아보고 싶었다.
집 앞 산딸나무 근황.jpg
산딸나무, 누구냐 넌?
산딸나무는 한국 중부 이남 어디서든 잘 자라는 낙엽활엽수이다.(낙엽 활엽수 : 잎이 넓고 온도가 내려가면 낙엽이 지고 겨울이 되면 잎을 떨구는 식물 일종.) 이 나무는 높이 12m, 직경 50cm까지 자란다. 5~6월에 순 백색의 꽃이 피는데 넉장의 꽃잎이 열 십자 모양으로 피어 난다. 꽃 잎이 십자가를 닮았다고 해서 기독교에서는 성스러운 나무로 취급되곤 한다.
예수를 죽인 나무, 산딸나무
산딸나무의 네임 밸류는 과거 그의 화려한 사용 이력에서 나온다. 정확한 기원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바로 예수가 못 박혀 돌아가신 십자가를 만든 나무가 바로 산딸나무였다는 것이다. 당시 이스라엘의 산딸나무는 지금보다 재질이 훨씬 단단하고 가지가 곧았으며, 예루살렘에서 가장 큰 나무였다고 전해진다.
산딸나무, 저주를 받다.
전설에서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후 다시는 십자가를 만들 수 없게 하기 위해 하늘에서 저주를 내려 키를 줄이고 가지를 꼬이게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 산딸나무의 가지는 층을 지어 옆으로 넓게 퍼져 자란다. 어쩌면 자신의 과거를 부끄럽게 여기고 하늘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함은 아닐까. 현대에서는 소담스러운 꽃과 낮은 높이때문에 조경용 나무로도 자주 쓰인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아파트에도 있었나?
생각 없이 바라본 나무 한그루는 생각 보다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모르고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운 스토리기에 글을 써 보았다. 내 주변의 생명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살겠다고 결심했다.
이어지는 글은 집 앞 아파트에 심어진 나무들에 대한 글을 이어갈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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