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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기록부

2026 취준진행록

by Amins 2026. 5. 28.

오늘은 2026년 4월 28일이다. 2026년 2월 20일에 백수선언식, 다른 말로 졸업식이라고 불리는 행사를 마치고 약 2달간 미친듯이 달렸다. 

서류 제출 완료 기준 2월부터 4월까지 약 2달 반 동안 25개 사 지원.. 이정도면 상반기 불태운 거 같은데.. (물론 내 기준)

원서 쓰고, 역량검사 치고(잡다 망해라), 코테에(프로그래머스 망해라), AI 면접에(뷰인터 망해라) 발표 면접에, 오늘은 드디어 가장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인 회사의 최종 면접을 보고 왔다. 서울대생과, ISTs, 고대생, 3년 유관 경력자, 그리고 SCI 3편 투고한 괴물들과 함께하는 최종면접은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최종면접은 로열티 면접이였지만, 일반적인 인성 질문은 안나왔다. 가령, "갈등경험이 있나요?" 라던지, "본인의 장단점은 어떻게 되나요?" 라던지. 에잇 그런거만 한참 준비했는데...
 
오히려 직무 관련 질문인데, 회사 조사를 하지 않으면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들이 대거 나왔다. 예컨대, "해당 연구 역량을 우리 회사의 xx제품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라던지, "회사의 yy 기술이 어떻게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하는지?" 와 같은. 미리 준비해 가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오히려 몇몇 지원자들이 회사 시황 조사를 1도 안하고 왔다는 게 느껴졌다. 스펙만 믿고 이자식들이. 그럼에도 그들이 유리할 거 같다는 그 사실이 일견 비애에 잠기게 한다.
 
 
나를 포함해서 마지막에 몇몇 지원자들에게는 다른 곳에도 지원했는지를 물었다. 나는 솔직하게 답했고, 감정에 호소하지 않았다. 왜 이 회사인지를 설명했다. 기술/인프라 해자가 가장 높은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근데 반응은 또 고스펙 지원자가 "최고의 회사인 XX에 꼭 가고 싶습니다~~!" 하는 게 더 반응이 좋았다. 내 자격지심일지도.
 
경이로웠던 건 면접관이었다. 내가 겪은 어떤 면접보다 질문 수준이 높았고, 내 직무인 비전부터 로보틱스 제어, 시뮬레이션, VLM까지 모든 분야를 총망라해서 깊은 질문들을 지원자들에게 던졌다. 저정도는 되어야 핵심 임원이 될 수 있구나, 생각했다. 참고로 최종면접에 들어오는 임원들은 대부분 회사 중추들이다. 능력 증명과 권력 투쟁에서 모두 승리한 정복자들. 그 임원분처럼 되고 싶었다. 능력적으로나, 지위적으로나. 나도 그 사람들처럼 백재(百才)에 들고싶고, 장문인이 되고 싶고, 천하제일인이 되고 싶다. 투쟁하는 삶에 중독되어 가는 거 같기도 하다. 
 
진행중인 전형이 이제 한 4개 남았다. 끝까지 힘 빠지지 말고, 최선으로 해야한다. 최선을 다해야 결과에 승복할 수 있고, 성공했을 때 완벽히 기쁘고, 실패했을 때 더 완벽히 좌절할 수 있다. 그 완벽한 감정 향유가 결국 남더라. 그러니까 다 걸고 해야한다. 취준은 올인이다. 사실 모든 게 다 그런 거 같다. 이 비정한 사회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범재인 나는 그저 모든 걸 걸고 들이 박는 게 유일한 생로다.
 
최근에 낚시를 갔다 온 친구가 말했다. 조그만 물고기 하나 끌어올리는데 힘이 너무 세서 힘들었다고. 이 조그만한 물고기가 어떻게 그렇게 힘이 좋냐고. 나는 그 싸움에 걸린게 달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낚시꾼은 유흥이지만, 물고기에겐 삶이 달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늘 면접에서 난 다른 지원자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나만 물고기 같았다.
 
다들 취업 준비를 할 때, 멘탈이 중요하다고 했다. 겪어보니 명백한 사실이다. 난  두달 밖에 하지 않았지만 소속이 없는 두 달은 생각보다 뼈가 시렸다. 최근에 서울에서 열린 의료기기 박람회를 갔는데, 소속을 적어야 해서 한참을 펜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결국 기존 학교를 쓰는 나를 보며, 이 생활을 1년, 2년씩 하는 사람들이 끔찍한 기분일 거라고 생각했고, 그들에게 압도적인 경외를 느꼈다. 나도 얼른 새로운 소속을 갖고 싶다. 그게 설령 족쇄가 되더라도, 나는 그 족쇄에 적힌 소속감이 더 필요한 사람인가 보다.
 

족쇄는 속박이면서, 동시에 소속같다.

 
연구실 족쇄를 벗어난 나는 새로운 족쇄를 갈망한다. 어릴 때 부터 묶인 코끼리의 삶은 으레 그런 것이다. 사슬을 부수고 달리는 사람들이 멋지다. 동시에 무섭고, 어쩌려고.. 하는 생각도 든다. 나도 뛰고 싶을 때가 있었던 거 같은데. 여튼, 이런 실존적 고민은 필요하지만, 너무 깊게 빠지는 건 생존에 오히려 불리하다는 걸 이젠 안다.
 
그러니까 여전히 고민하면서, 내 앞에 주어진 거 열심히 하자. 그러다보면 놀랍게도 단서를 찾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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