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래도 3키로씩은 꾸준히 달렸는데, 아주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 졌다. 운동 신경이 크게 필요하지도, 장비가 특별히 필요하지도 않은 게 매력적이다. 하고싶다 라는 마음이 일면 5분 안에 시작할 수 있는 그 가벼운 접근성이 가벼운 시작을 야기한다. 물론 그 가벼운 시작이 늘 가볍게 끝나진 않더라.
달리기에 필요한 건 뭐 죽기야 하겠어, 라는 낙천 뿐이다. 한 시간 이상 뛸 때면 점점 아득해지는 느낌이 썩 나쁘지 않다. 다리는 맹목으로 움직이고 뇌는 산소가 부족해서인지 점점 생각을 멈춘다. 나중엔 아무 생각이 안난다는 생각조차 사라진다. 그때야 말로 정신이 사라지고, 내가 사라지고, 비로소 쉬는 기분이다. 존재가 사라지는 기분이 이렇게 달 줄이야. 어린 시절 이불과 의자로 아지트를 만들어 숨던 기억이 났다. 어쩌면 사람은 나를 감춤으로써 위로를 받는지도 모르겠다.
하루 종일 지끈거리는 머리를 커피로 무마하다 달리고 나면 삶이 명쾌해진다.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머리를 리부팅한 감각이다. 힘들때, 번뇌에 시달릴땐 그래서 달린다. 미혹에서 잠시 벗어나는 꽤 효과적인 진통제를 찾았다. 신난다.
달리기를 할 때 몸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 일순간 거의 헤로인을 꽂았을 때와 동일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자명히도 약쟁이다. 늘 무언가에 중독되서 사나보다.
하나 바라건대, 이번 중독은 오래 갔으면 좋겠다. 지속가능성이 높은 중독물이라니, 완벽한데?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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