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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기록부

토막글 백업 01

by Amins 2024. 10. 5.

핸드폰 교체를 맞이해, 자잘자잘 써 놨던 토막글들을 백업해 본다. 글 간 관련도는 0에 수렴한다.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 냉소

냉소는 유치하지 않지만, 냉소하며 사는 사람은 유치하다. 
정론은 유치하지만, 정론으로 사는 사람은 안유치하다. 
진지함이 조롱받는 시대에 산다. 감성과 낭만에 충이 붙는 사회다. 
한편 안타깝다가도, 냉소와 실리에 움직이는 사람이 나라는 걸 문득 깨닫는다. 
즐겁고 위트 있는 사람들은 득세한다. 진지하고 재미없는 사람들은 늘 열세다. 
사실 둘 다 잘하고 싶다. 정론으로 살되 냉소로 포장할 줄 알고 싶다. 유치하지 않은 것을, 유치하지 않게 풀어낼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 군중

책임 없는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는 폭력이자 쾌락이다.

 

#  매핑 이슈

삶이란 꿈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 한들, 그럼에도 바뀌는 것은 없다. 악의를 냉정함이라고 바꿔 말한들 악의가 선해 질까. 잘못을 무지라 말한다 한들 상처가 나아질까. 낱말에 속지 말자. 언제나 마음을 살펴야 한다.
허황단 단어와 허술한 문장에 마음을 맡기지 말자.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은 일부다. 한계가 자명한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어휘력, 문장력. 즉 그나마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최대한 늘리는 것.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언어는 끝내 부족함을 인지하는 것. 낱말에 천착하지 않고, 그 말을 야기한 마음을 보려 애쓰는 것이리라.
 

# 합리화

하고자 하면 방법을 찾고, 하고 싶지 않으면 핑계를 찾는다.
 

# 악의

악을 행하는 데는 하나의 이유로 충분하다. 
선을 행하는데는 수백 가지의 이유를 짊어져야 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무수한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천국으로 향하는 길은 무수한 악의로 둘러싸여 있을 것이다.
 

# 사랑

사랑의 특성은 반복이다.
사랑은 일상의 지루함을 반복하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 고난

힘든 일정을 앞둬 걱정하는 사람들에겐 별 거 아닐 거란 설익은 위로는 안 통한다.
고난을 앞둔 사람이 가져야 할 적절한 마인드는 '힘들어버리겠어' 하는 마음가짐이다.
힘들지 않으려 하는 순간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힘들 때는 제대로 힘들려고 노력하자.

 

# 능력

생산라인의 공정을 쪼개면 쪼갤수록 개인의 작업 숙련도의 중요성은 내려간다.
경험의 가치는 체계 내에서만 가치가 있다.
조직의 능력을 내 능력과 동일시하면 안 된다.

 

# 듣기

평생 말만 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그럼 그 사람의 세상엔 자기 말 밖에 없을 것이다.
평생 생각만 하는 사람은,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각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만 산다.
말을 잘하고 생각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말을 잘하고 생각을 잘하려면, 잘 들어야 되더라.

 
 

# 결핍

결핍이야말로 모든 진보의 동력이다.
결핍은 갈구를 낳고, 그렇게 만들어진 욕망은 하루하루 다른 나날로 시작되게 한다.
어제의 내가 다르고 오늘의 내가 또 달라지는 환희. 
가지지 못한 것은 불행이 아닌 축복이다,라고 합리화하자. 
가지게 될 가능성을 가진 것이 행복한 것이라 기만하며 살자.
 
 

# 질문

외로움을 극복하려면 질문을 많이 하란다.
타인을 관찰하여 무해한 질문을 하란다.
질문하는 사람은 적어도 나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

 # 아무튼 신 때문임

만약 전지 전능의 신이 있다면, 이 세상에 우연한 불행따위는 하나도 없다. 모든 불행과 결핍은 그의 의도적 방관에서 기인한다.

겪은 모든 불행들은 신의 태만이다. 신이 굽어 살피지 읺았고, 보살피지 않았고, 무시했기 때문에 무량의 불행이 생겼다.

신을 탓한다.

왜 도와주지 않느냐고 절규한다. 무의미한 절규가 아니다. 신은 전지하므로 우리의 고통을 알고 있었다. 신은 전능하기에 도와줄 능력이 있었다. 그는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오직 바라만 본다.

그렇기에 모든 고통의 원인은 그 하나로 고정되고, 모두가 원없이 저주할 존재는 신 뿐이다.

그리고 명확하게 원망할 대상을 아는 것은 명백히 위로가 된다. 

예수가 모든 이의 죄를 대신 짊어진다는건 혹시 그런 뜻이 아닐까.

세상의 모든 죄업에서, 고통에서, 아무것도 하지않고 방관한 다만 자신을 원망하란 뜻이 아닐까.

오직 관음함으로서, 무한대의 업을 짊어지는 것이 신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피해자도, 범죄자도, 선인도 악인도 모두 한 명만 탓하면 된다. 세상에 잘못 태어난 이 따위는 하나도 없는 세계, 오직 전지전능하신 신만이 잘못 태어난 세계가 된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죄책과 자괴를, 애써 무시할 수 있다. 마음 놓고 눈을 가려도 된다. 아무튼, 다 신 때문이니까.

모호함 속 한가지 확실한 건, 나는 이단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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