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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기록부

신은 존재하는가?

by Amins 2024. 5. 19.

모처럼 재밌는 글을 읽어 답글을 써보기로 했다. 신은 존재하는가? 존재는 어떻게 검증하는가? 신을 인간의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는가? 존재하지 않아도 의미가 있는가? 다양한 꼬리 질문들이 나오는 글이었지만, 나는 신과 신학, 그리고 믿음의 목적에 집중해보고자 한다.

참고한 글은 해당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m.blog.naver.com/jiwon252177/223440650831

 

신의 존재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믿는 자에겐 존재한다. 이는 신학의 언어라기 보다는, 관념론적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마치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지폐’가 현대 사회에서 ‘가치’를 지니는 것 처럼 말이다. 이처럼 다수가 동일한 것을 믿기로 동의한다면, 그것은 존재한다. 신의 존재도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이 지폐의 가치는 존재하나요?

 

 

글에는 동감하는 바가 많다. 특히 “무지성 논리로는 종교인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전도’라는 것도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 없이 무지성으로 주장하기 때문에, 종교는 강요해서 싫다는 말이 나오고 반발을 사게 되는 것이다.” 부분이 그렇다. 신학에서의 믿음은 논리로 절대 납득시킬 수 없다. 대부분 몇 천년 전의 지혜와 지식에서 기반했기에,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이성적 설득을 통해 신앙을 강요하는 시기는 저물었다. 아마 본 글에서와 같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 때문이 클 것이다. 심지어 나는, 논리적으로 합당하여 신을 믿는 것도 그들이 말하는 참 신앙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것 저것 다 재보고 “음~ 믿을만 하네, 믿어 줄게 ㅎ” 하고 믿는 게 참 신앙..?

 

 

신학은 다른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믿어져서 믿는 것이 아닌, 믿고 싶어 믿게 해야 한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듯 신은 관념이지, 물질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관념이라면, 우리는 종교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덮어놓고’ 믿어도 될 것이다. 돈의 존재를 의심하고 부정하기 보단 그것의 효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돈이 존재 하는 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일단 있으면, 오늘 저녁 따듯한 밥을 사 먹을 수 있다.

 

 

삶은 대체로 쓰고 아프다. 달콤한 순간은 찰나이고, 지속되긴 힘들다. 부자도, 거지도, 학생도, 직장인도 모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동일하다. 힘들고 아플 때, 우린 기댈 곳이 필요하다. 나는 종교가 하나의 쉼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신이 존재하는 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일단 있으면, 오늘 저녁 따듯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현대 종교가 나아갈 길은, T발 C의 차가운 설득이 아닌 감성충 F의 따듯한 공감이다.

 

나는 종교에 논리를 부여하는 신학 과학을 혐오하지만,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신학 철학이 좋다. 불가지론은 깨어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진리 탐구의 정수다. 하지만 힘들 땐, 좀 안 믿겨도 잠시 기대도 된다.

 

믿어져서 믿는 게 아니라, 믿고 싶어서 믿는 것도 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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