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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기록부

토막글 백업 03

by Amins 2025. 2. 2.

# 선악

악은 이토록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걷는데 어째서 선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


스스로 끊임없이 고뇌하고 시험대에 오르는 자만이 선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자신의 길에 한 치의 의심이 없는 자들을 악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 각오

마지막에 웃는 놈이 이기는 놈이라고 한다. 근데 난 그렇게 안살거다.

 

난 자주 웃는 놈이 될거다. 지금 안 웃어본 사람은, 마지막에 가서도 못 웃을지도 모른다. 웃어본 적이 있어야 웃지. 

 

삶은 어디에서나 투쟁이다.

 

여기만 벗어나면, 이것만 지나면, 그런 건 없다.

 

우리는 끊임 없이 달려야 하기에, 틈틈이, 악착같이 웃으면서 살거다.

 

# 체력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내가 다정하기로 결심한 날은, 돌이켜 보니 컨디션이 좋은 날이었다. 

 

술 마신 친구를 데리러 가기로 결심하거나, 어머니가 하던 설거지를 뺏은 날, 동료의 일을 솔선해서 도와준 날.

 

이 모든 날 나는 여분의 체력이, 남았다. 

내 삶이 조금이라도 어그러지거나, 에너지가 부족한 날, 거의 필연적으로 난 무정했다. 

페르소나, 가면을 쓰고 추악한 '나'들을 가두고 살아간다. 그 가면은 유지하는데 힘이 많이 들어서, 언제나 체력이 소모된다. 

 

힘들 때 그 사람의 본성이 나온다는 말처럼, 힘들면 못되고 이기적인 나들이 와락 쏟아져 나온다. 

많이 노력했지만, 결국 가면 뒤에 숨은 무정한 나들을 정화하는데 실패했다. 

전략을 바꿨다. 가면 뒤를 청소하지 못한다면, 가면을 강화하는 걸로. 힘들수록 무정해 진다면, 안 힘들면 된다. 

웬만해선 힘들지 않은 몸을 만드는 게, 무정하고 이기적인 나들을 고치는 것 보다 쉽다. 

그래서 달리기를, 암벽을, 그리고 웨이트를 시작했다. 시간 날때, 아니 시간 내서, 틈틈이. 

운동을 시작한 뒤 사람들은 내가 밝고, 낙관적이라고 칭한다. 나는 그게 내 가면이 더 튼튼해 진 거 같아 명예롭다. 

운동의 목적은 멋진 몸이 아니었다. 그건 부차였고, 메인은 다정함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거였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 사과

사과는 미안한 사람이 하는 거다. 정확히는 미안한 사람이 해야하는 거다. 

근데, 사과는 마음에 힘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더라. 힘이 없는 사람은 사과를 못한다. 

그래서 사실, 사과를 안하는 사람은 주로 안 미안한 사람이 아니라 여유가 없는 사람인 거 같다. 

도의를 아는 사람이 되려면,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 되려면 스스로가 여유를 찾아야 한다. 

사과해야 할 때 사과를 할 줄 아는게 도의를 아는 거라면, 도의를 아는 게 착한 거라면, 착하다는 건 여유로움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 갈등

사람 간의 갈등은 일일이 파악해 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내가 재단할 수 있는 것은 타인의 의도가 아닌 행동 뿐이기 때문이다. 

터질 일은 결국 터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벌어진 일에 대한 명쾌한 수습이다. 

그러려면 원리원칙을 정하고, 그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한다. 상벌이 확실하다면,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는 않는다. 

뭐, 사실 이 난리를 쳐도 무너질 수 있다. 세상이 원체 지랄맞아야지. 그러면, 무너지면,, 음,, 다시 세워야지, 별 수 없다. 

 

# 사람

사람은 사람이 완전무결해서 좋아하는게 아니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책임지고, 함께 울어주어서, 그게 너무 사람 같아서,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거다.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면, 사람 같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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