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쌓인 토막글을 정리한다. 돌이켜 보면 나의 총체가 연초에 비해 무엇이 나이 진지 잘 모르겠다. 다만 뒤처지지 않았고,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올해도 잘 살아남았다. 그러므로 훌륭한 한 해였다.
#타인
타인은 그저 대놓고 나를 해하려 들지만 않으면 된다. 그 이상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행간
언제나 행간은 문장보다 넓다.
- 소설 전지적 독자시점 中
#완성/나태주
집에 밥이 있어도 나는
아내 없으면 밥 안 먹는 사람
내가 데려다 주지 않으면 아내는
서울 딸네 집에도 못 가는 사람
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면서
반편이 인간으로 완성되고 말았다.
#개연성
삶은 이야기가 아니라서, 마땅한 개연성이 없다.
-소설 전지적 독자시점 中
#성공으로의 도피
생각보다 행복하기가 쉽지 않다. 목표를 이루려고 애쓰는 것만큼이나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이 어렵다. 어쩌면 성공을 위해 달리기만 하는 인생보다 그게 더 어려울지 모른다. 어쩌면 우린 성공으로 도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소설 절대회귀 中
#껍데기
때로는 속보다 껍데기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어떤 껍데기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껍데기가 만들어지기까지 들인 노력을 믿는다. 평생 정신병을 연기하며 산 사람은, 정신병자임이 틀림없다.
#결정적 결정
운명을 바꾸는 일은 항상 불현듯 찾아온다. 그러니 지나고 보면 다 운이고, 우연 같다. 그래서 인생을 바꾸는 결정도 불현듯이다. 자고 일어나면, 다른 사람이 되어서 일어난다. 그러면 평생 그 결정은 못한다. 때문에 무지불식 간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는 방법은, 평소에 많은 생각을 해 놓는 수밖에 없다. 가변 한 원칙과 우선순위를 정립하고 있자. 불현듯 찾아오는 운명을 거머쥐기 위해서.
#등산
가끔은 뒤를 돌아보자. 오르막을 오를때는 정상밖에 안 보이지만, 내리막을 걸을 땐 세상이 보인다.
#알아주기
정작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건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 힘듦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이다
#보람
무거운 짐은 평소에는 고통이지만, 내려놓고 나서는 보람이 된다.
#짊어짐
나는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같은 일에 무뎌짐 없이 찔리곤 한다. 빌어먹게도 영원히 아플 거 같다. 어른이 된다는 건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된다는 게 아니었다. 그저 아파도 아프지 않은 척을 할 줄 알게 되는 거였다. 아픈 게 당연하고 힘든 게 당연한 거였다. 아니, 아프고 힘들어야 하는 거였다. 무언가를 짊어짐이란 그런 거였다. 더 많은 것을 짊어지고 한 걸음이라도 더 가려는 사람에겐 편안한 시간이란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걸, 이젠 안다.
나는 짐을 잘 내려 놓지 못한다. 한번 내리면 올리기가 쉽지 않다. 최대한 간다. 아직은 괜찮다. 그래서다. 내리게 될 날이 결국엔 오겠지만, 정확히는 자주 왔었지만, 그조차 쉼일 뿐 다시 들어 올리게 된다. 그게 이 난세에 버티는 유일한 길이라 느낀다. 듦을 멈추면 나락이다. 비애가 들지만 일견 깨닫는다. 그래도 나는 짊어짐이 싫지 않다. 내릴 수 없음에 맹목 하는 여우의 신포도인지 변태 마조히스트적 기질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쓸모를 증명하려는 발악 같기도 하다. 이유불문 이 태도가 생존에 그리고 내 삶에 도움이 된다. 고수하기로 했다. 짊어짐도 즐기는 척하면 조금 가벼워진다.
#옳은 선택
옳은 선택 같은 건 없다. 세상 일이란게 원래 그렇게 명확하지 않으니까. 선택이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갈 방향을 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옳은 선택을 찾겠다고 하는 것은 선택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 화산귀환 中
#안정
나무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는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다.
-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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